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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小小

병가를 빙자한 휴일들


역사 탐방길


5일째 쉬는데 첫날은 원래 휴가였다.
인왕산 주변으로 옛성곽을 복원하고 있기에 감기에 빌빌 거리면서도 일광욕을 할 겸 
바쁜 애들을 데리고 나갔다.어느 정도 오르자 청와대가 한 눈에 보인다.
자주 보는 청와대인데, 콧물이 줄줄줄.. 그 때는 옷에 마스크에 중무장을 했음에도 감기가 이렇게 심해질지 미처 몰랐다.
음, 성곽은 언제 다 복원할지 몰라도 아직도 차가 쌩쌩~ 인터넷에서 가끔 tv 보도를 보긴 하는데, 그렇지 뭐.
여하간 역사 탐방길은 완공된 후 가보는게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벚나무를 너무 많이 심는 거 아닌가. 기왕에 심을거 살구나무,배나무,꽃사과등.. 많아 보이는데. 



 





애기들 미용


바쁜 애들에게 나름 병중이라 한가한 내가 미용을 하겠다 덤볐다.
내가 그렇지. 몇일 사이 큰 애는 흔히 말하는 썸머컷을 한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결국 옷을 입혀 놨다. 
처음엔 발을 정리해주면서 얼굴만 좀 다듬어 주려고 했는데, 하고보니 그새 털이 너무 자라서 얼굴만 정리해 놓은
모습이 사막여우 같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나 보니 전신 미용을 하게 됐다.
당분간 큰 애는 산책할 때 코트도 입어야 할 것 같다.

미안하지만, 인생이 그렇지 뭐. 









쉬다 보니


이 번이 처음이 아닌데.
이번 달 들어 출근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계속 이러다 보니 아이러니에 빠진다.
노는 것도 재미 없고 심심하고, 회사 가는 건 더 재미 없기 때문이다.

회사를 가면 가서 끙끙 거리고, 놀 땐 노는대로 병에 끙끙 거린다.
집에서 놀 때 안끙끙거리고 고구마 까먹으면서 책 보고 음악 듣고 해야 신나는 건데,
약에 쩔어서 내내 퍼질러 자다가 일어나면 후들후들 거리고 기운 차릴 땐 머리 아픈 일만 생각 하고 있고.











김장


이번 주가 김장철 중 피크가 아니었다 싶다.
사방에서 김장 한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김치 없음 절대 못사는 인간이 되어 버렸지만
(어렸을 땐 김치고 김이고 귤이고 심지어 기름과 조미료 들어간 모든 걸 못먹었다.그래서 호빗이다.)
요샌 그닥  음식 욕심이 없다 보니 시큰둥 하다. 있음 먹고 없음 굶거나 대체 음식을 만들거나, 정 안되면 담그거나.
작년만 같아도 순무 김치를 담그느니, 달랑무를 사느니 동치미를 담그느니 설레발을 쳤을 거다.
실제로 작년엔 동치미에 백김치에 과일김치까지 여러 번 담궜었다.
죄다 퍼주고도 남은 건 결국 버리느라 고생했지만 말이다. 아직도 초가을에 담근 열무가 두 통이나 남아 있다. 아오

또 김장김치를 잔뜩 보내주신다길래, 먼저 김치를 주신다고 했던 다른분들께 연락해서 김장 하시지 말라고
전한 뒤 김치를 드리겠다고 했다. 마침 김장 하려던 참이라고 고맙다고 전해 달란다.
전하면 서로 싫어할테니 전하진 않았다. 

요샌 음식이 너무 지겹다. 
  









단팥죽


서울서 둘 째로 잘하는 집에 단팥죽을 사러 들렸더니 줄이 굉장히 길게 늘어서 있다.
자주 가면서도 늘 한적한 시간에만 갔던지라 그런 광경은 첨 이었다.
항상 포장만 해가는지라 줄과 상관없이 바로 사서 가긴 했지만, 다들 대단하다. 이 추위에!
그런데 가만보니 태반이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이 삼청동으로 많이 몰리고 있고, 나름 비싼 가격임에도 그 협소한 길에 줄까지 서서
단팥죽을 먹는 걸 보니 어쩐지 유쾌했다. 내가 죽집 할매도 아닌데 말이다, 뭔 상관이라고.

정작 내가 단팥죽을 선물한 분은 이 쪼꼬만 걸 (족발집-오향장육-에서 주는 단무지 담는 일회용 용기)
5500원이나 주고 샀다고 타박 하셨다. 인생이 그렇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