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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이/冊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1년전에 회사 동료가 빌려간 '흐르는 강물처럼을' 내게 돌려주면서,
그녀의 서랍안에 있던 이 책을 내게 읽어 보겠냐며 함께 내밀었다.

그닥 좋아하지 않는 류라 선뜻 내키지는 않았으나 
'엄마를 부탁해'라는 제목에 '한 번 읽어 보지 뭐' 라는 답을 하며 건네 받았다.
제대로 읽지 않고 일주일내에 돌려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며.


어쨌든 읽어는 보자,는 마음에 집어들어 출근길에 펼쳤다가
역시나  맘에 닿질 않아 결말과 작가의 말을 먼저 읽다가 가방안에 집어 넣었다. 
퇴근 길,  만사가 귀찮고 아무 것도 하기 싫기에 '이거나 읽어 보자며' 이어 읽기 시작 했다.
그리고 집으로 와서 마저 읽어 버렸다.





읽는 내내 엄마와 할머니가 생각 났다.
'아,엄마도 꽃 같이 예뻤던 처녀 시절이 있었지'
'울 엄마도 참 약하고 순했지. 진짜 힘들었지'
떨쳐버리고도 드문 드문 나던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괴로움이 책을 읽는 내내 밀려 들었다.
농사를 짓고 창호지에 단풍잎을 붙이던 책 속의 엄마를 볼 때는 할머니가 생각 났다.
김을 메고 콩을 심는 장면에서는 나를 데리고 땅콩밭에서 '뭔 콩인 줄 아냐며' 나를 놀리던 할머니가 생각 났다.

아,참, 미안하고도 그리운 사람들.





이 책을 덮을 무렵에는 오랜동안 연락을 안하고 있는 동생네 집으로 한 권 보내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늘 엄마에게 '어떻게 엄마가 돼서 그래?' 라는 말을 쉽게 하는 우리를 한 번 보자고.
늘 미안해 하고 괴로워 하고 아파 하면서도 그건 또 그 것 나름대로 일상이 되어 버려,
화 내고 대들고 잔소리 하는 건 다 엄마를 위한 것이라고 치부했던 우리를 한 번 보자고.
하지만 이런 마음, 참 가소로운 것이다.
동생이래도 서른이 넘은 성인에게 일순간의 이런 감정으로 훈계 할 마음 따위나 먹다니.
그래도 한 번쯤 같이 읽어 봤으면 하는 건, 자기 중심주의의 인간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다.





책의 중간, 어머니가 화자로 나오는 부분에 사용되는 단어들에 꽤나 강한 거부감을 느끼긴 했지만
이 책은 내게 딱 그런 책이다. '엄마를 어떤 이유에서라도 괴롭히지 말 것' 이라는.
뭐 책 읽고 소감문이 이따위냐,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논술을 쓸 것도 아니고 발표를 할 것도 아니니
분석하고 비유할 맘 따위는 없다. 능력도 안되고.






ps
이상한 건, 40년을 산 그의 인생에 대한 생각이다.
어쩌자고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내 마음이 참 차분히 정리가 되었다.

그냥 이렇게 가도 괜찮을 수 있지만, 우리는 지금의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40년을 그렇게 살아온 그를 바꾸려면 80년을 노력해도 역부족이다. 
내가 그를 절대 바꿀 수는 없고, 그에게 부탁을 해도 그가 들어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타협이 필요한데 이 상태 그대로는 둘 다 견뎌낼 수는 없다.

나는 나의 현실을 직시하고 달라져야 하고 몹시 바지런해져야 하고 여유를 잃어서도 안된다. 
10대 시절의 절박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나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