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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小小

연습하기


1. 새로운 일을 겪게 되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더라도 영 당황하게 된다.
   그게 새로운 상황과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덤까지 주어진다면 말이다.

   그래서 요새는 연습을 꽤 많이 해야 하지 않나, 라고 집에 오는 늦은 밤마다 생각하게 된다.
   연습이라고 해봐야 딱히 무엇을 할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적응하고,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걱정만 하다가 막상 아무런 대책없이 늘상 당황해 하는건 정말 한심하지.







2. 옥상에 심어 놓은 토란과 방울 토마토가 무럭무럭 크다 못해 정글이 따로 없다.
    그에 비해 화분에 우선 심어 놓았던 방울 토마토는 오늘 내일 하고 있다.
    바람,물도 중요하지만 땅이 얼마나 중요한 지 또 느끼고 있다.

    같이 심어 놓은 고추를 보면 땅도 문제지만 이식의 시기도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제 때에 제 자리를 잡은 녀석이 못잡은 녀석의 3배나 크다.
    오늘도 고추를 몇 개 따왔다. 
    아랫 집의 블루베리는 벌써 쪽빛으로 물들고 있더라.

    치자가 지니 타래난이 고개를 들고 올라 온다.
    브래아니아를 어떻게 좀 살려봐야 하는데. 
    듀란타는 깨끗이 포기 했고, 새로 데려와서 잘 해줘야지..






3. 오늘 상추를 좀 사오면서 (올해 상추를 원체 늦게 심는 바람에 쫄딱 망했다. 이 게으름)
    장마 오기 전에 배추를 좀 사다가 김치를 조금 담궈야지 해놓고..
    결국 시간에 쫓겨 오늘 내일은 암 것도 못할 듯 싶다.
    수요일엔 배추김치도 조금 하고, 열무도 조금 하고.. 서랍정리도 하고.. 

    요새는 하는 일도 없이 시간이 후딱 후딱 간다.
    게으른 자에겐 주어지는 세월의 기회란 게 아깝다는 거, 나를 보면서 요새 드는 자책.
    저렇게 할 일이 많은데도 느긋하고만 싶다.








4. 어제 회사에서..
   '아 증말 때려치고 싶다. 힘들어서 못 해먹겠네.. 심신이 나달나달해 지고 있다.' 라고..
    그래도 얼음 가득한 커피에 창밖의 지나가는 열차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니 마음이 풀렸다.

    다만 '막상 때려 치우면 집 비우고 그 돈으로 야금야금 버틴다 해도 얼마나 버틸까' 싶어 마음을 잡았다가도
    그런 식이라면 도데체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이어 들면서 슬퍼 졌었다.
    드디어 늙은 어른들의 고민을 실감 하고 있다.

    어찌 보면 부모 덕을 안보고 컸다고 해봤자, 늘 부모에게 의지해서 제 멋대로 살아왔던 셈이다.






5.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내 스트레스 해소법은 푸성귀 키우기, 외국 고전 노래 듣기(주로 여자 소프라노만 선호),그림 보기
   커피 마시면서 경치 구경하며 멍청히 있기..
   책 읽거나 영화 보는 것도 영 귀찮아 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있는 것도 피곤해 하고.. 대화도 그렇구..

   내 스트레스 해소법은 세상과의 단절

  하지만 어젯밤 퇴근길에도 '외롭다'라고 생각 했다.
  물론 회사에서 나온 건 꽤 다행이라고 생각 했지만.






6. 범죄
   요새 10대 범죄가 난리도 아니던데...
   문제는 시작하는 법과 멈추는 법을 모르는 것. 그리고 무모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적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조금만 더 살아봐도 그 모양으로 살면 세상 꽤나 피곤 하다는 거..
   (나도 30중반이 되어서야 알았으니... 훈계할 주제는 아니다.)
   여기까지 잘못 했다고 해서, 이판 사판으로 더 막가버리겠다는 그 시점이 인생 망치는 결정이라는 거..
   무모해서 두려움이 적은 건 결과가 좋은 쪽으로 나야 용기가 있는 거지, 뻔히 망할 길이라면 욕만 먹는 다는 거.
   무엇 보다도 지금 당장 죽겠다는 실행이 없으면, 꼭 후회 하게 된다는 거.

   그런 걸 누가 잘 가르쳐 줬다면, 그리고 잡아 준다면..
   하기사 부모라고 해도, 연인이라고 해도 타인이 타인을 잡아 주기 위해 한도 없는 헌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은, 결국 자기애가 넘친다는 거다.
   그래서 살아있는 한은 어떻게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뭐.. 알면서도 안되는데, 모르는 상태에선 뭘 어찌 하겠어...

   상처를 덜 만드는 세상살이를 살아야지..